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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동사니
왜 내향인은 전화 통화보다 문자를 선호할까? 그 과학적인 이유 본문
당신이 내향인이라면, 압박감 속 머리가 하얘진 경험을 한 두 번 겪진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나 취업 면접과 첫 데이트는 정말 최악이죠. "자기소개 한번 해보시겠어요."는 질문은 정말이지 순간 내 인생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말일 정도예요.
친구와의 가벼운 대화처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향인에겐 말 하기 전엔 잠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 역시 매우 흔한 일이죠.
왜 내향인들을 말하는 것을 어려워 할까요? 과학적으로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은 본래 이미지로 생각한다
가끔씩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혀를 굳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임신으로 인해 뇌가 영향을 받아 말이 더뎌지는 경우도 있고, 주변이 산만하여 집중력을 잃게 되면 외향적인 사람들조차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하버드 대학에서 최근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말'보다는 '시각적 사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시각적 사고'를 한다는 건 '단어'가 아닌 '이미지'로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이는 우리 뇌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왜냐하면 인간이 쓰고 있는 언어랑 '최근'에서야 발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우린 겨우 10만 년 전 각 객체에 서로 다른 소리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맘속에서 보는 이미지들을 다른 호모사피엔스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일종의 번역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효율적인 과정이라 할 순 없어요. 우리의 뇌는 이를 따라 잡기 위해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왜 내향인은 말하는 데에 더 어려움을 겪을까?
가끔 내향적인 사람들은 단어 선택에 애를 먹습니다. 이런 '단어 선택 문제' 때문에 우린 조용하거나, 수줍어 하는 사람처럼 비칠 때도 있어요. 말이 빠르고 자주 말하는 사람들을 가치 있게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내향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실제론 이야기할 내용이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많은 내향인들은 배우는 걸 좋아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도 합니다.
내향인이 겪는 '단어 선택 문제' 장기 기억 기능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오랜 기간 보존됩니다. 어떤 정보(오늘 먹은 아침 메뉴)엔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어떤 내용의 경우(이틀 전 먹은 점심 메뉴)엔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단기 기억은 말 그대로 매우 제한적인 내용을 몇 초 동안 저장합니다. 그리고 이 기능이 머릿속에 맴돌기만 하고 입에 나오지 않는 '단어 선택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기억 날 듯 말 듯한 그 정보가 바로 단기 기억 기능이 작용하는 부분이죠. 쉽게 접근하여 저장되나, 장기 기억 공간으로 옮기지 않는 한 오래 저장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보통 단기 기억보단 장기 기억을 선호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 반대입니다. 이는 레이니 박사(Dr. Marti Olsen Laney)의 책에서도 언급된 부분이에요. 바로 이 때문에 '조용한 사람들'은 뭔가를 말하는 데에 더 애를 먹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 기억 활용이 내향인에게 미치는 영향
앞서 내향인은 장기 기억에 더 의존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장기 기억에 의존했을 때 사람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사실 장기 기억 창고에서 정보를 끄집어내기란 매우 느리고, 번거로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찾고 있는 기억을 잠금 해제할 적절한 '연상' 혹은 '열쇠'의 기능을 할 무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의 첫 데이트를 기억해보세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지나갈 때 식당에서 나오는 올리브 오일 냄새를 맡으면, 바로 기억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오일 냄새로 인해, 데이트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해제'될 거예요. 그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 당신이 파스타 면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이를 신발로 가리려 했던 일 전부 다 말이죠.
장기 기억 창고엔 복잡한 여러가지 정보가 오랫동안 보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이에 쉽게 접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불안이 생각을 더 어렵게 만든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불안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모든 내향적인 사람들이 사회적 불안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고, 불안함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이 내향적인 것도 아닙니다. 매우 외향적인 사람들도 때로는 불안감을 느끼죠! 어찌 되었든지 간에, 내향인들이 사회적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결국 내향인들에게 가장 안락한 곳은 혼자 집에 머물며 좋은 책이나 재밌는 프로그램을 볼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안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얼마나 피로감을 가져다주는지 잘 알 것입니다. 정신적인 피로는 생각하거나, 집중하는 것, 정보를 회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불안한 순간에는 작은 스트레스에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이는 기억과 집중력 등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어요.
불안하고 말하기가 어렵다면, 깊게 숨을 들이쉬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세요.
뇌는 글을 쓸 때 다른 회로를 활용한다
흥미롭게도 내향적인 사람들은 말하는 것엔 어려움을 겪는 반면, 글 쓰는 데엔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 그린이나 J.K. 롤링과 같은 유명한 작가들도 본인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죠.) 이들은 직접 만나 이야기하거나 전화 통화하기보다는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의사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곤 하죠.
도대체 어떻게 이런 성향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일까요? 레이니 박사에 의하면 뇌는 글을 쓸 때와 말을 할 때 서로 다른 회로를 사용하며, 내향인들에겐 글쓰기 회로가 더 원활하고 쉽게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머리가 하얘질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릿속을 여유롭게 하고 공상에 잠기는 것입니다. 공상을 하는 것은 특정 기억을 끌어올릴 열쇠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잠시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시간을 벌어보세요. 그래도 안 되면 상대방에게 나중에 문자나 이메일로 연락 주겠다고 알려주세요.
출처 Introvertde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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